미국 경찰에 보디캠(몸에 다는 카메라)을 납품하는 영상장비 업체 디지털앨리는 3일(현지시간) 주당 1.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려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5일(0.8달러)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 전역으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확산하면서 경찰의 카메라 구입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카메라 보급을 늘리고 사건 현장 촬영을 확대하더라도 과잉 진압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과학기술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과학연구소 '더랩@DC'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2017년 경찰관 1000명에게 보디캠을 착용하도록 하고 그들의 현장 대응 방식을 관찰했다. 비교를 하기 위해 또 다른 경찰관 1000명에게는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도록 했다.
연구팀은 보디캠을 착용했을 때 무력 사용이 줄어드는지, 경찰에 대한 민간인들의 불만이 감소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보디캠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보디캠에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찰관과 그렇지 않은 경찰관들의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보디캠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결과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이 보디캠을 착용하고 나타나면 오히려 경찰에 대한 공격성이 높아지고, 경찰들의 무력 사용도 감소하지 않았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카메라 보급 확대가 경찰의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는 강조했다. 감시를 확대하는 동시에 과잉 진압을 엄벌하는 강력한 사법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법원은 1989년 경찰들이 그들의 생명이나 안전이 위협받았다고 느끼는 경우 무력 사용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경찰들이 과잉 진압 논란에 휩싸였을 때 주요 방어 논리 수단으로 활용됐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데도, 이 기간 살인죄로 기소된 경찰은 48명에 불과한 이유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꾸준한 감시와 함께 필요한 것은 시스템의 변화"라며 "미국 전역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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