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외국어 공부

입력 2020-06-04 18:12   수정 2020-06-05 00:03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확실하게 “노(no)”다.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언어라는 도구에 담겨 있는데,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온전하게 전달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앞선 지식과 풍부한 지혜가 모여 있다면 온 세상 사람이 한국어 열풍에 휩쓸릴 것이고, 우리는 외국어를 배울 동기를 잃게 될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다. 영어에는 금융, 법률, 정보기술(IT) 및 제반 기초과학 범주에서 비교적 앞선 지식과 지혜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해서 온 인류의 모든 지식과 문화가 영어만 통달하면 온전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지식은 다양한 언어를 쓰는 지구촌 각 민족과 국가에 의해 쌓여가고 있다.

내가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노력한 것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한 영어 공부였다. 대학 입학 후 전공의 필요성에 의해 일본어를 배웠는데, 주로 자습을 통해 공부했다. 실제 학습량은 영어 쪽이 월등하게 많았지만 일본어가 영어보다 편하게 느껴진다. 일본어 어순이 한국어와 비슷하고, 한자를 기반으로 한 공통단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를 먼저 배우면서 체득한 요령은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됐다. 영어 학습 과정에서 먼저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배양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위해선 영어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떠서 일본어도 듣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일본어를 비교적 빨리 익히는 데 도움이 됐다.

듣기 공부 초기에는 외국어 회화 테이프를 반복해 들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뒤에는 영어든 일본어든 TV 뉴스 듣기가 좋은 연습이 됐다. 아나운서의 발음은 정확하고, TV 영상과 자막이 도움이 되며, 또 7시 뉴스에서 잘 듣지 못한 부분은 9시 뉴스에서 다시 반복해 들을 수 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 원어민처럼 말하고 듣지 못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듣지 못한 부분은 반문해 그 뜻을 확인하고, 조금 어색하게 말하더라도 내 의사가 잘 전달되면 족하다는 배짱이 필요한 건 모든 외국어에 공통되는 점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외국어 공부가 평생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가까운 이웃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물론 그 어렵다는 키릴문자 기반의 러시아어에도 호감이 간다. 또 내가 아직 잘 모르는 이 세상 곳곳의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그들의 생활 문화를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동시대를 사는 지구촌 각지의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관심과 존경을 나타내보고도 싶다. 이처럼 다양한 외국어에 대한 도전을 은퇴 후 스스로에게 주는 즐거운 과제로 삼는다면 남은 날들이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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