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꼽는 위험 요인은 △실물경기 회복 지연 △대규모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 △미·중 분쟁 격화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2차 바닥’ 없이 이대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 경우에는 업종별 투자 비중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지수 닷새 연속 상승
코스피지수는 4일 0.19% 오른 2151.18에 장을 마쳤다. 전날(2.87%)에 비해 상승폭은 작아졌지만 외국인(429억원)과 기관(2979억원)의 순매수로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증시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 배경에는 불어난 유동성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산출해 발표하는 FTSE세계주가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 3월 23일 253.51로 바닥을 찍은 뒤 이달 3일 349.07로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주요국 광의통화(M2)는 79조7680억달러에서 85조443억달러로 불어났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도 최근 상승장이 유동성에 의존한 바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적으로도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는 유동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펀더멘털과 주가 괴리 위험
주가가 경제 펀더멘털을 앞서갔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리스크는 실물 회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로 들어온 자금도 2분기 실적이 나쁘다는 건 감안하고 있다. 그 대신 3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면이 강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상승에 따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때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증시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며 “펀더멘털과 주가지수의 괴리가 커지는 걸 투자자들이 마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량으로 풀어놓은 유동성의 한계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강한 매수세를 보여온 건 개인투자자다. 개인이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신용 잔액은 지난 3일 11조46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 게 은행 대출 이자만 갚으면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나중에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정부 부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공 부채 문제에 대한 논쟁은 언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도 주시해야
유동성에 의한 장세는 외부로부터의 예기치 않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시장이 반영하지 않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재확산 등 다른 리스크 요인이 산적한 상황이다. 정용택 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증시가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낙폭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식시장이 향후 급격한 조정 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 1월 넷째주 125조원에서 5월 다섯째주 108조원으로 떨어졌다가 6월 첫째주 111조원으로 다시 늘었다. 펀더멘털 회복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 재편을 먼저 하고 들어올 것”이라며 “기존에 많이 올랐던 종목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같을 거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섹터별 시장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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