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수정당들은 1980년대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입력 2020-06-04 10:57   수정 2020-06-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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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로 등장했다. 그동안 국내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은 진보진영의 주요 정책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미 유럽의 보수정당들은 30여 년 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김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종료되면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이상 하지 않겠다. 국가 발전과 국민의 안녕을 위한 일이라면 여당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같은날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기본소득 논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려되는 경제위기에 대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청년 배당 등을 도입하며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지펴왔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주장은 국내 보수진영에서 다소 파격적인 주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주제다.

미국에선 대표적 보수학자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꺼내 들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됐다. 프리드먼은 기존의 공공복지제도를 모두 철폐하고 부의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사회복지제도가 갖는 부작용들을 빈곤퇴치라는 목적을 실현하기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프리드먼의 주장은 1970년대를 전후해서 유럽으로도 전파된다. 다만 당시 유럽 사회는 복지국가 전성기였던 만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높은 수준의 사회안전망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될 이유가 없었다.

이후 1979년에 대처가 영국에서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 깃발을 들어 올리게 되고 보수진영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시장 질서의 유지와 국가 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였다.

기본소득이 제공될 경우 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현금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자본주의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보장제도, 각종 사회 수당들을 폐지하면서 국가 운영의 효율성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유럽의 보수정당들이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의 찬반을 넘어 미국에서는 밀턴 프리드먼 이후, 유럽 보수진영에서는 대처 이후 기본소득 논의가 이어졌다"라면서 "보수진영은 시장 질서 유지와 작은 정부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해왔다"라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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