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했다. 문제는 한 사람에겐 가정이 있다는 것. 이들의 사랑은 축복받을 수 있을까.
A 씨는 30대 회사원이다. 결혼 3년차에 딸도 있다.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듯했던 A 씨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부터다.
A 씨의 첫사랑 상대인 B 씨는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만남을 이어갔지만 11년째 되던 해에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다. 대대로 의사 집안이었던 B 씨의 집에서 평범한 집 아들이었던 A 씨에게 그만 만날 것을 강요했던 것.
이후 A 씨와 B 씨는 각각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B 씨가 이혼 후 A 씨를 찾아오면서 사랑이 다시 불붙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었다.
A 씨는 "첫사랑과 헤어지고 난 후에도 한 번도 B를 잊은 적이 없다"며 "B는 '아내에게 숨기면서 만나기 싫다'면서 제게 이혼하고 오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의 부모님에게는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저와의 만남을 반대했던 B의 오빠도 지금은 '다시 만날거면 빨리 이혼해라. 그 후에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한다"며 "저희 부모님도 제가 힘들었던 걸 알고 B와 다시 만나 잘 살길 바라면서도 제 아내가 불쌍하다고 하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 좋을지, 아내가 혹 이혼해주지 않고 버틴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 놓았다.
A 씨의 고백에 "어서 이혼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A 씨와 B 씨의 사랑이 이기적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와이프가 과분한 사람이다", "결혼하고 3년째면 딸도 어릴 텐데,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냐", "딸과 아내를 정신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편 A 씨가 B 씨와의 불륜을 이유로 이혼을 원할 경우 그의 바람대로 아내와 헤어지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는 외도 등 유책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를 기각되는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
앞서 김민희와 불륜 후 이혼 소송을 제기했던 홍상수 감독,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최태원 SK회장 모두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했다. 이에 유책주의에 따라 홍상수 감독의 이혼 소송은 기각됐고, 최태원 회장의 이혼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원장이 '이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이혼 재판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상담을 하다보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결혼 후에도 연락하고 다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지금이라도 배우자와 이혼하고 첫사랑과 다시 만나서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실태를 전했다.
이어 "첫사랑의 파괴력이 아주 크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미완성의 사랑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면서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무리 첫사랑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결혼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사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한다면 이혼이 가능하지만 만약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혼소송을 해도 이혼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배우자 입장 또한 억울하면서도 안타깝다. 아무리 재판에서 이혼을 기각하고 승소를 하더라도 배우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이들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깊어져서 어떻게 하든지 이혼을 하려고 고군분투할 것이다"라며 "이혼 재판을 반복하거나 현재 배우자를 더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기간을 연장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런 경우 이들에게 차라리 이혼을 하고 대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첫사랑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면서 "배우자도 이런 상황을 잊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들이 만약 이혼한 후 첫사랑과 재혼을 한다면 과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변호사의 상담사례 중에는 첫사랑을 50년 동안 잊지 못하고 노년에 만나서 재혼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재혼한지 1년도 되지 않아 파탄이 이르고 이혼하고 말았다.
이 변호사는 "첫사랑이라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보이지, 막상 결혼을 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특별히 다를 것도 없을 것이다"라며 "결혼은 현실이다. 꿈에서 깨야 한다. 첫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추억일 뿐이고 그것을 다시 찾는 것은 환상을 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어렵고 힘들 때 당신을 위로해주고 옆에 있는 사람이 진짜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라고 덧붙였다.
법알못 자문단=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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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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