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무차별 폭행사건…'다음 피해자는 바로 내가 될 수 있다' [승재현의 사이다]

입력 2020-06-05 16:45   수정 2020-06-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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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무차별 폭행이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사건의 유형에서부터 영장기각까지 모든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사건을 혹자는 ‘여성혐오사건’으로 ‘묻지마 폭행사건’으로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피의자의 범행 전후 모습과 체포당시 모습이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여 “또 심신미약 감경 아니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본 사건 본질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다. 그래서 반드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CCTV영상과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범죄소명’도 상당부분 이루어졌다. 또한 범죄가 중대하고, 범죄전후 사정을 비추어 재범의 위험성도 있어 보였다.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법원은 구속영장기각 이유로 적법절차를 위반을 들었다. 긴급체포 과정이 불법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과정에 불법이 있어도 시민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야기한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지, 아니면 결과가 실체 진실에 합치돼도 과정에 불법이 있으면 범인을 처벌 할 수 없는지, 정의는 어느 사이에 서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적법절차’를 ‘진실’보다 우선하고 있다. ‘자백배제법칙’, ‘증거재판주의’ 특히 1998년 형사소송법을 개정을 통해 ‘위법수집배제법칙’ 명문화 해 적법절차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다.

불편할 수 있지만 법원의 구속영장기각은 어쩌면 수사기관이 자초했다. 수사기관이 급했다. 좀 더 차분하고,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적법절차 문제로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할 자가 멀쩡히 세상을 활보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사기관은 ‘똑똑함’을 넘어 ‘탁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수사기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피의자가 구속을 면했다. 피해자는 상상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빠져있을 것이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단순히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 갈 수 없게 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끔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잡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혹은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는 이와 다르다. 법적 근거가 없어도, 법적 테두리 밖에서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만큼은 수사기관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목숨 걸고 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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