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체율 '꿈틀'…"연말께 부실 뇌관 우려"

입력 2020-06-05 17:12   수정 2020-06-08 14:45

카드회사의 1분기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상환이 유예되긴 했지만 여전히 운영자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위주로 연체율이 올라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개인사업자의 매출이 반짝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원금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6개월 뒤엔 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 본격적인 연체율 상승에 대비한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 7곳 중 6곳 연체율 상승

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60%로 지난해(1.47%)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는 1.50%에서 1.56%로, 삼성카드는 1.25%에서 1.34%로 소폭 올랐다. 현대카드도 0.86%에서 0.94%로 상승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1분기 연체율도 상승했다.

이번 연체율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업계 내부에서 나온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위주로 연체율이 올라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할부·일시불 법인 신용판매 연체율은 0.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대출 서비스 연체율도 전반적으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실물 경기가 뒤늦게 반영되는 자영업자 연체율의 특성상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6개월간의 원금 상환 유예로 연체율을 억누르고 있다. 상환 기일이 미뤄진 대출금은 연체 채권에서 빠지기 때문에 연체율 하락 요인이 된다. 문제는 상환 날짜가 돌아오는 연말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자도 내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대출금이 일시에 연체 채권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충격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효과 곧 끝날 듯”

급증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잠시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3월 기준으로 신한과 KB국민, 삼성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은 4조32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4월과 5월 들어 개인사업자 상당수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취급액이 줄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의 경영이 회복되지 못하면 정부 지원도 결국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매출이 재난지원금 효과에 힘입어 작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박성원 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5월 들어 온라인이나 소매점 등의 매출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중소형 가맹점 위주로 거래가 많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난지원금 결제가 상당히 많은 셈”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으로 떠받친 개인사업자 매출이 다시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파산이나 중소기업 휴직으로 이자를 갚기 어려운 4~7등급 다중채무자가 상당히 늘고 있다”며 “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가 끝나면 다음달 말께 2금융권 전반으로 자영업자 대출채권의 부실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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