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게 처음이라 느낌이 새로워요. 가족들도 개봉을 기다렸어요. 아빠는 식탁에 놓인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아빠 또래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구나 싶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할머니는 개봉을 기다리다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가셨죠.” 영화는 당초 지난 3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연기 끝에 개봉하게 됐다.
“영화는 법정 드라마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 모녀 간 이야기이자 한 여자였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예요. 시골을 벗어나 도시에서 인텔리 계층으로 살아가는 딸은 도회적이고 세련됐지만, 엄마는 시골에서 햇볕에 그을린 모습으로 살고 있고요. 두 세대의 대조적인 모습과 그 간극에서 나오는 죄책감을 담았어요.”
신혜선은 영화 초반 촬영 때는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제 연기가 부족한 게 많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찍었어요. 처음에는 정인이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아 힘들었어요. 결말에서 법적으로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부분이었죠. 그런데 엄마 역할을 한 배종옥 선배님이랑 촬영하다 보니까 이해되더군요.”
배종옥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처음엔 그분의 카리스마 때문에 무서웠지만, 촬영을 시작하니까 우리 엄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불편하신 게 없도록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분장하고 나오신 것을 보니까 어색함이 싹 사라졌어요. 선배님은 순수한 배우의 열정을 지닌 분이에요.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고 하시고, 힘든 촬영을 해도 내색을 안 하시죠.”
그에게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뭘까. “연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는 대기시간이 꽤 길었어요. 성격이 급한 편인 제 몸이 적응하는 데 인내심이 필요했지요. 마음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혜선은 연기와 발음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안방극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운이 좋아 다양한 캐릭터를 만났어요. 센 느낌 다음에 말랑말랑한 캐릭터를 연기해 대비되는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저의 다른 모습들을 찾는 데 수월했어요. 발음이 좋다는 내용의 유튜브를 봤는데, 오글거렸어요. 콧소리와 비염도 섞여 있는 제 발음이 시끄러운 편이라 귀에 잘 꽂히나봐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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