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종 회사채가 연이어 흥행에 참패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디스카운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4일 1000억원의 회사채 투자자를 모집했는데요. 결과를 뜯어보니 들어온 기관투자가 자금이 31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한화건설은 아예 참여 기관이 없었습니다.

건설업체의 재무체력 강화는 비단 두 회사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주택 분양사업을 하는 다수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용등급 상향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 성공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진 덕분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반도건설그룹의 경우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릴 정도의 ‘현금 부자’로 부상했죠.
그럼에도 건설업종 회사채를 덮어놓고 기피하는 배경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꼽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경기에 민감한 사업인데, 코로나19 충격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GS건설을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주시할 점(Key Monitoring Indicator)’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주택부문 신규 현장의 분양실적과 준공 현장 입주율 등이 우선적인 모니터링 대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수많은 중견 건설사들의 도미노 부도를 지켜본 기관 관점에선 긴장할 만한 내용이죠.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해온 정부 정책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GS건설은 회사채 투자설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향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내 주택경기의 하락과 함께 당사를 비롯한 건설사의 경영환경 및 재무안정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우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장기간 수치화한 부도위험(신용등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왔고요.
일각에선 기관 관점에서 장기간 고수익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과거 수년 간 경기침체와 수많은 규제 도입에도 집값은 탄탄했으니까요. 과연 이번 코로나19가 가져울 부동산 시장 충격은 다를까요.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