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이 이런 혜택을 담은 ‘네이버통장’을 8일 출시하며 금융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같은 날 카카오페이는 은행 제휴 통장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정보기술(IT) 공룡들의 경쟁이 금융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비슷한 구조, 비슷한 혜택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날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인 네이버통장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연 3% 수익률이다. 원금이 100만원 이내면 오는 8월 말까지는 이용실적에 관계없이, 9월부터는 전월 10만원 이상 결제 시 연 3% 수익을 지급한다. 네이버페이와의 연계도 강화했다. 네이버통장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하면 결제액의 3%를 포인트로 돌려준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금융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금융 소외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통장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기존 ‘카카오페이머니’를 사용하던 금융 소비자들이 이를 증권 계좌로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 계좌는 출시 두 달 반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업그레이드하면 5월 말까지 연 5% 수익을 제공했다. 지난달에는 이 계좌에서 결제하면 금액의 3%를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출시 후 석 달이 되는 8월 말까지 연 3% 수익률과 결제액의 3%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네이버통장과 혜택이 비슷하다.
네이버통장은 공교롭게도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출시 이벤트가 모두 끝난 시점에 나왔다. 카카오페이는 같은 날 하나은행과의 제휴 통장을 선보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나 카카오페이통장’은 우리, 농협, 기업은행 이후 네 번째로 은행과 제휴한 통장이다. 입출금식통장이지만 카카오페이머니의 충전 계좌로 등록하면 이체와 인출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증권 계좌로 한도 규제 벗어나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잇따라 증권 계좌를 출시한 건 선불전자지급 수단의 법적 한도를 우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페이머니’와 같은 선불전자지급 수단의 한도를 2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통장 같은 CMA 통장이나 카카오페이의 증권예탁 계좌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200만원 이상을 넣어둘 수 있는 것은 물론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는 5000만원 이내의 금액에 대해 예금자 보호까지 받는다.
선불전자지급 수단 한도 상향은 핀테크(금융기술)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지난해부터 한도 상향이 논의됐고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선불전자지급 수단 충전과 이용 한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가 증권 계좌를 출시한 뒤엔 한도 상향보다 후불 결제 허용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다른 핀테크 업체는 할 수 없는 증권사 인수나 증권사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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