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구속을 피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경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이 부회장과 함께 청구된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진행된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8시간을 넘겨서야 끝이 났다. 재판부는 두 차례 휴정했다. 이날 오후 1시 넘어 점심식사를 위해 첫 번째, 오후 심사가 길어지면서 오후 4시15분경 두 번째 휴정을 했다. 이 부회장은 점심으로 한식 도시락과 편의점 커피 등을 먹었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동원된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분식회계 혐의를 '사상 최대 금융범죄'로 규정하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에서는 한승 전 전주지법원장, 고승환 전 부장판사 등 변호인단이 검찰이 제기한 두 가지 범죄 혐의 모두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 1년7개월간 수사로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국민 눈높이에서 기소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이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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