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창과 방패’ 싸움에서 변호인단이 승리했다. 하지만 ‘완승’은 아니라는 평가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법원은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향후 정식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이 부회장 사이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法, 장고 끝에 영장 기각
법원은 9일 오전 2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앞의 두 차례 심사에서는 오전 4시가 넘어 결론이 났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날 밤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기각 결정 직후 곧바로 귀가 절차를 밟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와 시세조종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질서를 교란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20만 쪽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주가 방어는 회사 가치를 위해 모든 회사가 하는 당연한 일이다” “분식회계가 아니라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적법한 회계처리였다” 등의 반박 논리를 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이 같은 이 부회장 측 방어 논리보다 설득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2018년 11월 이번 수사에 들어간 이후 ‘본건’과 관련해서 범죄 혐의를 인정받은 첫 케이스인 셈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증거인멸 혐의로만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건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지난 4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신병 확보 시도는 없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그간 수사를 통해 상당한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고,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이 부회장을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이 부회장 등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회에 걸친 소환조사 등으로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된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애초에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였다”
검찰은 이번 결과와 관계없이 관련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법원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며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을 결정한 만큼,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애초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검찰이 ‘망신주기’ 의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특히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이 부회장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검찰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악의 상황은 아닌 만큼 재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고 영장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검찰이 가진 ‘패’도 어느 정도 읽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영장심사에선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과 고승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이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단계에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法, 장고 끝에 영장 기각
법원은 9일 오전 2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앞의 두 차례 심사에서는 오전 4시가 넘어 결론이 났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날 밤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기각 결정 직후 곧바로 귀가 절차를 밟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와 시세조종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질서를 교란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20만 쪽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주가 방어는 회사 가치를 위해 모든 회사가 하는 당연한 일이다” “분식회계가 아니라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적법한 회계처리였다” 등의 반박 논리를 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이 같은 이 부회장 측 방어 논리보다 설득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2018년 11월 이번 수사에 들어간 이후 ‘본건’과 관련해서 범죄 혐의를 인정받은 첫 케이스인 셈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증거인멸 혐의로만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건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지난 4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신병 확보 시도는 없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그간 수사를 통해 상당한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고,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이 부회장을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이 부회장 등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회에 걸친 소환조사 등으로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된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애초에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였다”
검찰은 이번 결과와 관계없이 관련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법원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며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을 결정한 만큼,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애초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검찰이 ‘망신주기’ 의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특히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이 부회장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검찰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악의 상황은 아닌 만큼 재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고 영장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검찰이 가진 ‘패’도 어느 정도 읽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영장심사에선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과 고승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이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단계에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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