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챗봇(채팅로봇) ‘오로라’에서 적금에 가입하겠다고 상담했다. 월 납입금과 우대 조건을 입력하니 이자와 수령금액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챗봇을 넘어선 쌍방향 금융 플랫폼”이라며 “AI를 활용해 기능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도 AI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속속 도입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RPA를 활용하면 여·수신 서류검토 등 기초 업무의 인시수(man hour)를 대폭 줄일 수 있다. AI는 업무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은 일반 기업에 비해 느리다고 평가받았다. 특유의 보수적 문화 때문이다. 움직임이 재빨라진 건 토스,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금융기술) 플랫폼이 활성화한 3~4년 전부터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앱 기반 ‘원큐 신용대출’은 금융회사 디지털 전환의 대표 성공 사례다. ‘3분 컵라면 대출’이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3개월 만에 1조원어치가 팔렸다. 개인 신용정보를 긁은(스크래핑) 뒤 AI 분석을 통해 한도와 이자를 보여주고 즉시 대출금을 지급한다.
금융사들은 비대면으로 기존 업무를 대체하면서도 ‘대면 금융의 감성’을 입히려고 노력한다. 하나은행의 대화형 인공지능 뱅킹 서비스인 하이뱅킹을 사용하면 금융비서와 1 대 1 대화를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간편 송금과 상품 추천, 가입, 환전 등 대부분 금융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 ‘케이봇 쌤’을 도입해 상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기반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출범시켰다. 딥러닝 AI가 30가지 시장예측 변수를 토대로 투자 상품을 추천해주는 게 주요 사업이다. 이 회사는 리스크 관리 모형과 여신심사, 인사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금융회사 모든 업무를 AI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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