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냐 고용보험 확대냐 '신경전'

입력 2020-06-09 17:27   수정 2020-06-10 01:57

여권 내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각자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지만 대권과 당권을 둘러싸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복지(사회안전망)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의 전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한 핀란드와 스위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진 국가로 고용보험 가입률도 90%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에서 큰 틀에서의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가 결의되기를 희망한다”며 “고용보험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 틀 위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진지한 논쟁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더 정의롭다”며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원과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이 의원 및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으로 전선이 나뉘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전날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이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제도 도입에는 긍정적인 생각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지속해서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시작해 추가 재원을 마련해가며 증액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내 대선주자들이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모두 제도 도입을 전제로 주장을 내놓을 뿐 증세(기본소득)나 자영업자 부담(고용보험)에 대한 논의는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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