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표 '반값 토마토'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20-06-09 17:30   수정 2020-06-10 01:09

토마토 연간 생산량은 약 38만4000t이다. 국민 1인당 7㎏을 먹는다. 토마토 1㎏ 평균 가격은 약 2200원(전년 기준)이다.

강원도는 지난 8일부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4주간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강원 춘천 지역 찰토마토 1박스(4㎏)를 7000원에 팔기로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강원마트’와 자체 온라인 판매 채널 ‘진품센터’를 통해 판매한다. 첫날인 8일 오전 10시 두 사이트에서 풀린 1500박스가 순식간에 완판됐다. 판매가 끝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1초. 강원도는 앞으로 4주간 40t의 토마토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최문순 강원지사의 작품이다. 그의 ‘강원도 농산물 반값 직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원지역의 겨울 저장감자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감자 2000t을 온라인판매로 해결해줬다. 코로나19로 외식과 급식, 수출 길이 막히자 아스파라거스 20t도 순식간에 팔아 치웠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감자와 티케팅을 합친 ‘포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최 지사는 어느새 ‘완판남’으로 등극했다.

최 지사는 이런 행사의 정당성으로 소비자와 농가에 모두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요즘 토마토 1박스를 사려면 1만2000~1만4000원인데 이를 농가 직송을 통해 반값에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판매 수익 전액을 농가에 전해주는 선의의 행사에 참가한다는 뿌듯함을 얹는 건 덤이라는 설명이다.

또 가격 왜곡을 막아 농가에도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원도 측은 “농산물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 모였다가 나가는 과정에서 가격 왜곡이 일어난다”며 “유통을 단순화해 농민들이 유통망에 종속되는 걸 막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계속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판매 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농업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남에서 아스파라거스를 30년 이상 농사 지어 온 한 농부는 ‘반값 아스파라거스 행사’를 보며 속이 타들어 갔다고 한다. 그는 “직거래망을 열심히 만들어 택배비를 포함해 1㎏에 1만5000원에 상품을 팔아왔는데 소신껏 지켜 온 합당한 시장 가격이 강원도 이벤트에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가 시장에 끼어들어 가격망을 무너뜨리면서 다른 지역 농민들이 생각지 못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의 한 토마토 농장 관계자도 “특정 농산물 가격이 ‘반값’으로 가능하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순간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유통사들은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에 납품할 것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지자체의 한 농민은 “강원도가 보조금을 살포하면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면 다른 지역 농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선의로 포장된 포퓰리즘 성격의 이벤트가 다른 지역 농민들을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이런 ‘관제(官制)이벤트’가 농촌 경제를 기저에서 무너뜨릴 가능성이다. 시세가 폭락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도 지자체가 나서서 ‘반값’에 다 팔아주고 나머지는 보조금으로 지급해 준다면 농가에서 더 우수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개발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농촌에선 농산물 품질 경쟁보다는 제품을 계속 팔아 줄 관청에 대한 로비 경쟁만 있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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