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보영 작가(45·사진)는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구 SF를 따르지 않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이전에 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제 작품이 미국에서 출간하게 된 걸 보면 이런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지난달 SF 신작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새파란상상) 시리즈를 내놨다. 이들 세 편 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후속작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미국 최대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 판권 계약을 맺고 미국에서 곧 정식 출간된다.
두 작품은 시공간이 뒤엉킨 세계에서 서로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두 남녀의 슬픔과 고독, 만남을 그린 로맨틱 SF다. 지구에서 예정된 결혼식을 하기 위해 두 남녀는 서로 다른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항해하며 그 속도로 발생하는 시차로 인해 서로를 기다린다. 연인과의 복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지구 주변을 광속으로 항해하며 기다리는 남자와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 광속으로 다가오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 팬이던 남자가 어느 날 자기 애인에게 청혼하기 위해 써달라고 부탁해서 탄생한 소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입니다.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그 남자의 아내를 위한 속편이었고요. 둘 다 낭독용 소설로 소리내 읽는 것에 맞춰 문장을 짧게 했고, 어려운 단어는 안 썼어요. 남녀 간 감정적 느낌이 깊게 전해져야 했으니까요.”
소설에서 ‘광속’이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주에서 달라지는 광속 변화로 인해 두 남녀가 만나게 될 시간이 수십 년씩 늦춰지거나 앞당겨진다. “소설 속 남녀는 광속으로 몇 년 여행을 떠난 것 같은데 지구에선 수백 년이 지나 모든 게 달라졌어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도 느끼는 점이죠. 외국만 다녀와도 뭔가 많이 변해 있는 것 같고,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했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마치 광속으로 다른 세계에 갔다 온 것 같은 기분과 어떤 면에선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작가에겐 ‘최초’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한국 SF 작가 중 최초로 세계적인 SF 웹진 ‘클락스월드 매거진’에 단편을 실었고, 미국에서 SF단편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SF 고장인 미국에서 그를 주목하게 한 ‘과학적 상상’의 원천은 무엇일까. “20년 전엔 스마트폰도, 태블릿 PC도 없었죠.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 저는 어릴 적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에서 사는 거예요. 이제 우리는 세계가 과학으로 돌아가는 걸 알고 있고,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지구와 다른 세계가 존재하며, 미래엔 우리가 상상하던 세계에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어요. 저는 그 세계가 미래든 다른 차원이든 존재할 가능성을 상상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겁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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