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호 3법’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돕자는 취지지만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많아 20대 국회에서도 논란 끝에 보류됐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방향인 데다 4·15 총선 압승 후 여당이 핵심 입법과제로 포함시켜 다시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입법안을 보면 임차인에게 한 번에 한해 계약갱신(2년+2년) 청구권을 주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연 5%로 제한(윤후덕 의원안)하거나, ‘코로나 위기’ 극복 차원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전용기 의원안)하는 것이다. 가장 논란과 파장이 큰 것은 박주민 의원의 발의안이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안을 20대 국회에 이어 다시 들고나왔다. 임차료 연체 등 계약갱신의 예외를 두긴 했지만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세입자가 사실상 영원히 그 집에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당은 ‘민생 안정’을 위해 임대차 보호 3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행할 경우 최근 전세시장 불안과 맞물려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뿐 아니라 유(有)·무(無)주택자들의 한결 같은 우려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벌써부터 “임대차보호 3법이 가뜩이나 폭등하는 전셋값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19차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불안하고 전셋값도 뛰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내집마련의 어려움이 커져 전세로 눌러앉은 무주택자들이 늘어난 반면 주택공급량은 급감했다. 전세매물이 말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8주째 상승세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집주인들이 계약갱신까지 감안해 가격을 한번에 올려 전세난은 더 심해지고 주거의 질은 악화될 것이란 걱정이 많다.
약자를 돕겠다는 ‘선한 의도’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결과도 만족스러워야만 한다. 시장에 대한 무지와 오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서 비롯된 정책은 오히려 약자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극명한 사례다. 노동 약자를 돕겠다는 최저임금 1만원,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준다’는 주52시간 근무제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대증요법에 급급해선 시장만 더욱 왜곡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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