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감사원, 신탁 활용 '종부세 회피' 급제동

입력 2020-06-10 09:51   수정 2020-06-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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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을 활용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에 대해 감사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과세 대상자가 7100명가량 감소하고 세금은 1000억원 이상 덜 걷힌 것으로 파악돼서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1000억 덜 걷힌 종부세

10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원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지난달 말 기재부에 통보했다. 신탁사에 부동산을 맡겨 명의를 분산하는 이들이 늘면서 종부세의 과세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신탁을 활용해 종부세를 절세하는 방법은 고액 자산가 등 다주택자들이 쓰는 절세 수단이다. 종부세가 인별과세 방식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0.6~3.2%의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이 가운데 한 채를 신탁사에 맡긴다면 개인 소유 1주택과 신탁 1주택으로 분리해서 과세된다. 세율도 0.5~2.7%를 적용받는다. 신탁한 주택의 종부세는 신탁사가 낸다. 위탁자인 개인은 수수료만 내면 된다. 주택수에 따른 세율 인상을 피하고 과세표준을 낮추는 등 종부세의 가파른 누진구조를 완전히 피해가는 셈이다.


신탁사들의 부동산 수탁고는 지난해 기준 258조8000억원으로 전년(251조2000억원) 대비 7조가량 증가했다. 2014년(15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두배 수준이다. 세무업계는 2014년 ‘지방세법’ 개정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신탁사에 맡기더라도 재산세 납세 의무자를 위탁자(원소유주)로 봤지만 법 개정 이후 수탁자(신탁사)로 바뀌었다”며 “종부세는 지방세법을 준용해 과세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납세 의무자가 나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 기간 동안 행정안전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신탁을 이유로 감소한 종부세액은 2017~2019년 1037억원, 감소한 납세 대상자는 711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경우 자신이 소유한 토지 28필지 가운데 서울 강남 등 9개 필지를 여러 신탁사에 나눠 맡기면서 종부세를 7억8290만원 아꼈다. 신탁수수료 570만원을 감안하더라도 7억2560만원의 세금을 줄인 셈이다. A씨의 아들인 B씨 또한 같은 방법으로 4억9270만원의 종부세를 절감했다.


◆“개선 방안 마련하라”

감사원은 부동산 신탁을 활용해 종부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과세 형평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세율과 세부담상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인상될 예정인 만큼 세수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기재부와 행안부, 국세청은 지방세법 개정 직후인 2015년 신탁 부동산에 대한 합산과세 방안을 논의했다. 납세 의무자가 위탁자가 되도록 ‘종합부동산세법’을 따로 개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시 3차례 회의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한 번도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협의를 재개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했다. 최근 ‘세법상 신탁제도 관련 개편방안’이란 관련 연구용역도 마쳤다. 국세청 또한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방세법을 관장하는 행안부는 다소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신탁법’의 법리를 고려하면 납세 의무를 위탁자로 환원해 종부세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과거 관계부처 협의 때도 행안부는 납세 의무자를 수탁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술대에 오르는 부동산 신탁이 절세를 위한 만능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세무사)은 “수수료와 등기비용 등을 감안하면 신탁 부동산의 절세 효과는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며 “향후 세법개정으로 종부세 과세표준 분산 효과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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