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0일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끊은 것과 관련해 "이번 일은 대북 전단 살포를 하지 않기로 했던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북한과의 연락 채널은 다시 연결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화선을 가위로 잘라버린 게 아니라 그냥 안 받은 것"이라며 "남쪽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연락 채널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삐라(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삼고 있는데, 그 배경엔 결여된 대남 자신감이 있다"라면서 "자신감 부족이 극렬한 적대감 표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부의장은 "일부 언론에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화를 내니 (한국 정부가) 벌벌 긴다는 식으로 보도하던데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라면서 "이번 일은 대북 전단 살포를 하지 않기로 했던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라면서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또 남북문제 개선을 위해 북핵 문제를 선결 과제로 내걸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 문제와 연결하지만 않으면 남북 관계는 당장 내일이라도 진전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통일 시점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살림을 합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 경제가 좋아져서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2대 1 수준은 돼야 통일을 고민해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은 9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되면서 2018년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이 재개된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다시 남북 간 통신선이 닫히게 됐다.
북한은 현재 남한을 '적'이라고 규정하며 규탄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미북대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비핵화를 둘러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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