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호주 여행 자제령을 내린데 이어 호주 유학도 금지하고 나섰다. 호주에서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교육부는 10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호주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심각하다”면서 “호주를 유학지로 선택하거나 호주로 돌아가 공부하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호주 주요 대학은 7월에 개학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문화관광부도 같은 이유로 호주로 여행을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호주에선 최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다며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에 대한 혐오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2일 이후 아시아인에게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고 침을 뱉는 등 인종차별적인 행위가 386건 보고됐다.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온 미국에 동조해 중국에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후 호주 육가공업체로부터 소고기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호주산 보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호주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과 관광객 역시 호주의 큰 수입원이다. 지난해 14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호주를 방문했으며 호주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학생 수는 260만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호주와의 관계를 단칼에 잘라낼 가능성은 적지만 의도적으로 호주를 무시하는 외교 전략을 펴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젠쥔 베이징외국어대 호주연구소장은 “호주가 비우호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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