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사가 방과 후 강사들에 의한 학생들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신고했다가 오히려 징계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10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2016년 2월께 경남 한 학교의 방과 후 강사 2명이 수업을 듣는 중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는 등 상습적 학대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사들은 '악기 연주를 못 한다'는 등 이유로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거나 가슴을 발로 차 뒤로 넘어뜨리려고 악기로 머리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아챈 교사 A씨는 이 사실을 학교장에게 알린 뒤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으나 시정조치 없이 수업이 계속됐다. 이후 이 사건은 전교학생회의에서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밝히며 공론화됐다.
이를 근거로 A씨는 강사들의 상습적 폭행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강사 2명은 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아 한 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나머지 한 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건의 위중 정도가 경미해 검사 재량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뜻한다.
해당 학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임시 전체학부모회의 결과를 내놨다. 'A씨 전출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전교생의 등교를 거부하겠다'는 의결이었다. 학대를 미리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면서 A씨가 학생들에게 수업을 받지 않도록 선동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당사자인 것마저 노출됐다.
이후 도내 한 교육지원청은 A씨에게 학교 폭력업무 사안 처리 소홀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성실 의무위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아동학대를 미리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학부모들로부터 민원까지 제기됐다는 것이었다.
A씨는 자신이 신고자로 낙인찍히고 징계까지 받자 불안증, 적응 장애, 우울증 등을 앓다 결국 휴직했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해 징계 취소통지를 받아냈다. 또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걸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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