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위원은 국내 1세대 퀀트 애널리스트로 최장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기록을 갖고 있는 전략분석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찰력으로 업계에서 두터운 신뢰를 구축한 인물이다.
韓증시 과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31% 오른 2195.69에 마감했다.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3배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2007년 말 수준(13배)에 근접했다. 당시 지수는 2290이었다. 조 위원은 “과거 어떤 쇼크로 인해 경기선행지수가 무너졌을 때 PER을 보면 항상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며 “역대급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이 있음을 감안할 때 현재 PER은 오히려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2개월 선행 PER이라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틀에 갇혀서 주가를 해석하면 회복장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오히려 경기 반등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5월 신규 고용이 당초 830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 달리 250만 명 증가했다. 조 위원은 “미국 소비 가운데 외식(12%), 온라인 판매(13%), 주유소(8%) 등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5월 들어 유럽의 미래 경기전망지수가 반등하는 등 유럽 내 경기 반등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이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4분기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조정 가능성
문제는 경기 회복 속도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조 위원은 3분기 들어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4분기에는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조정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경기 쇼크 후 보복적 소비가 3개월 정도 강세를 보이다가 누그러졌다”며 “V자형 경기 반등이 장기간 지속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파산이나 연체율 증가 등 후행 지표들이 주가 조정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은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하면 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났다. 현재 산업생산 증가율이 2008년 리먼 사태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조 위원은 하반기 미국이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QE 효과로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 QE 중단에 대한 논의가 4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2010년, 2012년, 2014년 등 과거 QE가 종료될 때마다 각종 리스크 지표들이 올라가면서 주가가 조정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완화가 종료될 때마다 미국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었고, 이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가치주 강세장 올 것
조 위원은 한국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이익전망치를 반영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반도체·자동차·화학·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등이 내년부터 추세적인 이익 성장세에 들어가는 만큼 올 하반기 주도주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데이터 분석 결과다.
조 위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비대면 산업과 바이오 중심으로 성장주가 강세를 나타냈는데 경기 반등이 본격화하는 2분기 말~3분기에는 상승세가 잠시 주춤할 것”이라며 “가치주 비중이 높은 경기민감 업종들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이 대부분 전고점을 뚫고 상승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아직 덜 오른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증시 흐름은 결국 삼성전자가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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