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0일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법령을 정비한 상법 개정안을 11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0분의 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일감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논의돼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시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내용도 추진한다.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해석상 혼란을 빚어온 ‘3%룰’도 정비한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일원화했다. 현행 규정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와 나머지 주주, 2조원 이상의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구분해 취급하고 있다.
또 기업들의 전자투표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는 경우 감사 선임 등과 관련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주총에서 기본적인 안건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개정안은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낮출 예정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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