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과의 공식 연락선을 끊고,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데 대해 미국이 비판하자 이틀만에 강도높은 비난입장을 낸 셈이다. 미국 국무부는 앞선 9일(현지시간)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일문일답하는 형식으로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지적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가 10만명이 넘고, 흑인사망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미국 내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선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권 국장은 또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면서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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