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정진영 "차기작? 욕심이죠" (인터뷰)

입력 2020-06-12 17:52   수정 2020-06-12 17:54


연기인생 33년 차 관록의 배우 정진영이 '감독'이라는 꿈을 이룬 소감을 밝혔다.

1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쓰는게 힘들었지만 과정은 모두 재밌었다"라면서 "한편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진영은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후 연극, 영화, 드라마, 시사교양 등 다방면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감독'은 정진영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연출을 수십년이 지나 '사라진 시간'을 통해 펼치게 됐다.

그는 "내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만 하면 안되는 것 같다. 또 다른 작품을 생각한 다는 건 욕심"이라고 고백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정 감독은 '패닉'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는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 즐거웠지만 관객의 엄정한 평가에 대해서는 예비하지 못했다"라며 "나쁜 평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정 감독은 "두 번째, 안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하루 아침에 한 남자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신선한 설정과 과연 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는 색다른 재미다.

정진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타인이 규정한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삶, 부조리한 간극 속에 놓인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기존 상업영화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는 패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정 감독은 "저는 실존주의의 마지막 세대"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누구나 다 하고 사는 것 같다. 살다보면 남들이 생각하는 나로 살아가는 데, 어느 순간 충돌해서 갈등이 날 때도 있지 않나. 진짜 행복은 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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