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선을 개발한 곳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아니다.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가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인지 우주선과 우주복도 확 달라졌다. 복잡한 버튼으로 가득했던 우주선 내부는 한눈에 봐도 단순해졌다. 계기판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조종할 수 있게 설계했다. 무겁고 둔해 보이던 우주복은 날렵해졌다.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영화사 마블의 의상팀을 우주복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흔히 스페이스X의 조직문화가 개방적이고 창의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놀랍게도 스페이스X의 문화는 이런 이미지와 정반대라고 한다. 머스크는 폭군형 리더에 가깝다는 것이다. 12년간 바로 옆에서 헌신적으로 일해온 비서를 하루아침에 해고한 것을 보면 냉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메일 등에서 철자를 틀리면 즉각 해고하거나, 주말에는 일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직원들에게 사명감이 없다고 비난하는 일도 스페이스X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똑똑한 인재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치지도 않고 1주일에 100시간 이상씩 일에 매달리는 걸까? 바로 머스크의 원대한 꿈을 직원들도 함께 꾸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 환경 문제로 지구에서 언제까지 인류가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을 가졌던 머스크는 인류의 생존이 화성의 식민지화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2030년까지 화성에 8만 명을 이주시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스페이스X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누군가는 허무맹랑하다고 비웃지만, ‘인류의 미래와 우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스페이스X의 직원들은 오히려 “우리는 다른 많은 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으로 더욱 결속하고 열정을 내뿜는다.
스페이스X 외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모두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하겠다”는 구글이나, “누구나 어디서든 소속감을 느끼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에어비앤비처럼 말이다.
높은 연봉을 제외하고, 혹은 낮은 연봉이라도 괜찮을 만큼 경제적 요인 외에 훌륭한 인재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원대한 꿈이 우리 회사에는 있는가?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무엇을 성취하고자 머리와 가슴으로 열망하는가? 기술로 무엇이든 가능해진 세상에서 가장 근원적인 해답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김민경 IGM 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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