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 기업가가 꿈꾸는 火星 가는 길

입력 2020-06-11 18:07   수정 2020-06-12 00:06

지난달 30일 ‘스페이스 X(Space X)’의 로켓에 실려 우주비행사 둘을 태운 캡슐이 발사됐다. 이어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라 불리는 이 캡슐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결합했다. ISS에 머물던 우주비행사들이 막 도착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외계 사업은 모두 힘들고 위험하므로 하나하나가 뜻깊은 성취다. 그래도 이번 발사는 민간기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뜻이 더욱 깊다. 어떤 산업이든 민간기업이 주도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스페이스 X의 창설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꿈을 밝혀왔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자 화성 이주에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가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기업가여서 사람들의 기대도 크다.

그러나 화성 가는 길은 보기보다 험난하다. 1960년대에 우주비행사들이 실제로 우주선을 타자 우주선의 미세중력(microgravity)이 넘기 어려운 장벽임이 드러났다. 무중량의 환경에 놓이면 우리 몸은 이내 적응을 시작한다. 그래서 근육이 줄어들고 뼈가 녹고 체액이 상반신으로 몰려서 얼굴이 붓고 안구가 납작해져 시력이 손상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 여린 장기인 뇌가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서 뇌의 구조와 위치가 바뀌고 지력이 손상되며 치매를 앓게 된다. 실제로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과 기능이 없다.

방사선과 같은 외계의 위험에는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아주 작은 중력의 영향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길은 없다. 40억 년 동안 지구 표면의 중력에 적응해왔으므로 우리 몸은 중력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술과 의술이 발전해도 중력의 차이를 극복할 길은 없다. 과학소설 작가들은 일찍부터 원심력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중력과 원심력은 전혀 다른 현상이므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화성까지는 현재의 기술로 9개월 정도 걸린다. 보통 사람은 견뎌낼 수 없는 과정이다. 대안으로는 냉동 수정란이 화성에서 자라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면 지구 중력의 38%인 화성의 중력이 문제가 된다. 사람의 몸은 체계가 아주 복잡하고 정교해 모든 조건에서 허용 범위가 매우 좁다. 중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이처럼 크게 차이 나는 환경에서 사람 몸이 제대로 작동할 순 없다. 따라서 화성에 사람들이 정착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실은 지구의 한 부분인 달에도 오래 머물 수 없다.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17%다. 이것은 인류에겐 참으로 슬픈 소식이다. ‘마지막 변경’이라 불리듯이 외계는 인류의 미래다. 지구에 갇혀 광막한 외계로 뻗어나가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은 어쩔 수 없이 생기를 잃어갈 것이다.

그래도 그런 사정 때문에 이번 발사의 뜻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은 별과 은하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생명의 논리다. 다만 육신이 연약한 인류 대신 중력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로봇들이 그 과업을 이끌 것이다. 우리 대신 우리가 낳은 ‘인조인간’이 웅장한 우주 가극(space opera)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미 화성에선 ‘큐리오시티 로버’ 같은 탐사 로봇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충분히 발전하면 외계 탐사와 지구 생명의 전파에서 사람이 거들 일은 거의 없다.

중력이 작고 대기가 희박하고 햇살이 약한 화성에서도 박테리아와 식물과 곰팡이는 이내 정착해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산소가 생기면 동물들도 나올 것이다. 비록 인류와 다른 고등 동물이 빠진 생태계라 좀 적막하겠지만, 그것은 지구 생명 역사에서 처음 85%가량을 재현한 것이다.

이론적 계산 장치인 ‘튜링 기계’가 전자계산기로 구현된 지 이제 겨우 3세대가 지났다. 그 짧은 기간에 나온 인공지능의 경이적 발전은 경제적 논리의 작용이었고 누구도 지구 생명의 외계 진출을 위해 연구하지 않았다. 그래도 긴 시평에서 보면, 지구 생명의 외계 진출에 공헌했다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의 가장 중요한 성취로 꼽힐 듯하다. 얼마나 멋진 결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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