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구룡마을 개발 계획을 담은 실시계획 인가 등을 고시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시에는 총 2838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숫자에 대해 서울시는 '앞으로 조정해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고 강남구는 '고시를 보면 된다'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구 관계자는 "원주민 임대, 일반 분양, 공공 분양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고시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시에서 2838가구 중 '임대 1107가구' 부분은 구룡마을 원주민이 대상이다. 나머지 1731가구는 '분양'으로 적혀 있다. 이 가운데 740가구는 일반 분양이고 이를 제외한 991가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맡는 공공 분양이라는 것이 강남구 분석이다.
고시에 적혀 있는 숫자 자체는 서울시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추가적인 '주석'을 더 달았는데 여기서 큰 차이가 생긴다. 서울시는 구룡마을에 약 4000가구를 공급하고 모두 공공임대로 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단 인가를 하면 그 안에서의 가구 수 변경 등은 경미한 부분"이라며 "논의를 거쳐 면적 등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000가구라는 것은 무작정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며 "전체 가구를 임대로 돌렸을 때 각 가구 면적으로 40∼60㎡를 적용해 계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선언적으로 4000가구를 설정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는 거액의 차익이 생기는 '로또 분양'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전면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해석은 다르다. 구 관계자는 "시가 말하는 '100% 임대'는 사업 시행자에게 임대 가구 숫자를 조금 더 늘려달라는 차원"이라며 "4000가구라는 것 역시 저희와 합의한 것도 아니고, 대략 그렇다는 얘기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시는 '공공이 건립하는 주택은 전면 임대주택으로 하겠다'고 할 뿐 일반 분양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면 일반 분양 740가구는 그대로 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원주민들이 요구하는 '임대 후 분양 전환'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강남구는 반응을 달리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일단 임대로 들어간 다음 8년 뒤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시 관계자는 "절대 수용 불가"라고 선을 그었다.
강남구의 한 당국자는 "그런 정책적인 부분은 저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시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1980년대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집단 이주한 서울의 대표 판자촌으로,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화재와 태풍 발생 시 큰 피해를 입어 왔다. 2012년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가 났으나 2년간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2014년 지정 해제됐다. 2016년 12월 다시 구역이 지정돼 이번 실시계획 인가까지 진행됐으나 토지 보상 등 난관이 남아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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