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전자담배 세금, 일반 담배만큼 올린다

입력 2020-06-14 17:15   수정 2020-06-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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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금을 일반 담배(궐련) 수준으로 높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궐련 한 갑에 해당하는 전자담배 액상(0.7mL)에 매기는 세금(1669원)이 일반 담배(3323원)보다 지나치게 낮아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세율 인상 근거로 ‘유해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삼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흡연 효과에 ‘유해성’ 함께 고려

1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상안을 다음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니코틴 용액 양에 비례해 과세하는 현행 방식을 ‘흡연 효과 및 유해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기재부는 흡연 효과는 전자담배를 빨아들였을 때 담배 한 개비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흡입 횟수를 기준으로, 유해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액상형 전자담배 종합분석 결과 등을 반영해 산정할 방침이다.

이번 세율 인상은 지난해 쥴, 릴베이퍼 등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크게 유행하면서 담배 한 갑 분량에 붙는 총 세금이 궐련형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관련 제품 사용 중지를 강력 권고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60만여 명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흡연 효과를 고려한 세율 인상안은 이미 윤곽이 드러나 있다. 지난달 김홍환 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재부가 맡긴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행 과세 구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싼값으로 비슷한 흡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일반 담배 한 개비를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흡입 횟수가 10회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흡연 효과가 있는 0.9mL의 전자담배 액상에도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세연구원은 이런 논리에 따라 현행 mL당 1799원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세부담금(부가세 제외)을 3207원으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0.7mL 액상형 전자담배 하나(포드) 기준으로는 1254원에서 2235원으로 981원 인상을 권고한 셈이다. 여기에 나머지 세금이 포함된 제품 가격의 10%인 부가세까지 인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총 세금 인상폭은 1400원 안팎에 달하게 된다.

흡연자와 업계 반발 거셀 듯

기재부는 흡연 효과에 더해 유해성까지 고려해 세금 인상폭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담배 세금은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 악화 등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할 때 유해성도 과세 기준에 넣어야 과세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유해성까지 포함되면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0.7mL 액상형 전자담배 기준으로 제세부담금(부가세 제외)이 기존 1254원에서 2400~2500원까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유해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과세 근거로 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니코틴, 타르 등 함량이 각각 다른데도 일반 담배엔 같은 세금이 부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역차별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김홍환 연구위원은 “유해성을 고려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높이면 일반 담배도 니코틴과 타르 함량 등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전자담배업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미 한국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2위 미국 코네티컷주의 세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전자담배산업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해성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는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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