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이 견제 못하는 국회는 거대 여당에도 毒 된다

입력 2020-06-14 18:19   수정 2020-06-15 00:09

여야가 21대 국회 원(院) 구성에 합의하지 못한 채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가 쟁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15일 원 구성을 위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범여권 정당 초선의원 53명도 회견을 하고 “법사위원장을 맡아 여당을 견제하겠다는 미래통합당 주장은 21대 국회도 동물국회, 식물국회로 만들겠다는 총선 불복 행위”라고 몰아붙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만약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강행하면 21대 국회는 출발부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앞으로 4년간 국회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수적 우위를 업고 ‘독주’할 것이냐, 야당과의 합의를 존중하며 ‘협치’할 것이냐의 기로다. 그런 점에서 국회 파행이 뻔한데도 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하는 것은 협치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범여권이 전체 의석의 60%인 180석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당은 헌법 개정 이외의 법률안 제·개정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면 야당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나마 야당이 국회에서 여당을 견제할 수단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법사위는 모든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본회의 상정 직전 거쳐야 하는 관문인 만큼 위원장 권한으로 통과 여부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6대 국회 이후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했던 것도 야당의 견제기능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견제가 없는 국회라면 거대 여당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브레이크 없는 일방통행식 입법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잉·졸속·편향된 악법(惡法)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더구나 21대 국회 시작부터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덩어리 규제법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민간의 경제활력을 죽이는 입법이 아무런 견제없이 강행된다면 그 결과와 책임은 모두 여당 몫이 된다.

코로나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이 21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여야가 지혜를 모아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여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준 것은 책임감 있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지, 독주하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이 통합당에 41.5%(지역구 득표율)의 표를 준 것도 제1야당으로서 건전한 견제기능을 수행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야당의 막무가내식 발목잡기도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국민의 뜻을 여야는 깊이 새겨야 한다. 원만한 원 구성 합의를 도출해 21대 국회에선 생산적인 협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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