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12일 2% 넘게 급락하는 동안 채권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인 채권 값은 올라갈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이날 소폭 상승했습니다.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국채선물을 매수했지만, 국내 기관들이 내놓은 매물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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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부담은 국고채 발행물량 증대 우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계획은 앞으로 시장에 대규모 국고채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은 “최근 금리 움직임에는 수급 관련 부담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의 주가 급락을 “안전자산 쏠림을 일으킬 만큼 놀랍거나 공포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 자체의 수급 전망에 기초해 차분히 매매에 임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소 섬뜩한데요. 외국인의 이탈 경계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대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비우량 회사채 등 일부 상품이 여전히 원활하게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분기말 만기 집중과 맞물려 채권시장 전반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시스템 불안에 따른 외국인의 이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시장에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데요. 1분기 말인 지난 3월에도 잠시 비슷한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연쇄 부도 공포가 커졌던 13일의 금요일,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외국인의 국고채 대량매도가 나타났었거든요.
당시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2만계약 순매도했습니다. 현물로 따지면 약 2조원어치 국고채를 순매도한 것과 같은 효과의 매물 공세였습니다. 이 때문에 주식(-3.43%)과 채권가격의 급락(10년물 금리 0.18%p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분기말 단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어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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