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약한 아동학대 처벌…10명 중 1명만 실형 선고

입력 2020-06-15 17:22   수정 2020-06-16 00:31

최근 아홉 살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생을 마감했고 또 다른 동갑내기 아이는 쇠사슬에 묶여 학대당하는 등 아동학대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부모 판단에 맡긴다는 인식과 피고인인 부모의 목소리를 주로 듣는 재판 과정의 한계 등으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작년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이다. 2015년(69건)에 비해 4년 만에 280% 증가했다.

267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3%에 불과하다. 집행유예가 96건(36%)으로 실형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이 선고됐다.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 10명 중 1명만 실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와 아동학대범죄특례법 등에 규정된 형량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실형 선고율이 낮다고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영미 아동학대 국선 변호사는 “재판부는 주요 양형 요소로 부모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며 “부모가 주양육자여서 이들을 감옥에 보내면 남은 가족의 생계가 곤란하다거나, 부모에게 양육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학대행위가 훈육의 일환이었다는 등의 사유를 감안하다 보니 실형 선고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법관들이 재판할 때 사건을 기록으로만 보지 말고 피해아동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법정에는 아동들은 출석하지 않다 보니 재판부가 자연스레 부모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이나 아이들을 보호관찰하는 사람들의 객관적인 목소리도 반드시 듣고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7월부터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전담 보호관찰관제도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해아동이 원 가정으로 복귀하는 등 학대 행위자와 동거하면 최소 월 2회 이상 가정을 방문하고 아동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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