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채권단, 아시아나에 영구채 5000억원 지원 추진

입력 2020-06-16 07:00  

≪이 기사는 06월15일(18: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는 형태로 자본금을 확충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자본구조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만큼 일단 돈을 넣어서 회사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말 발행하는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형태로 5000억원어치 자본을 확충해 줄 예정이다. 영구채는 이자를 내야 하는 채권이지만, 발행한 측인 회사가 원할 경우 만기를 계속 연장해 갈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식의 총수 및 전환사채(CB) 발행한도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채권단은 1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11월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다. 5000억원 영구채 인수는 그 중 일부분이다. 나머지 자금을 어떤 형태로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주식 총수를 8억주에서 13억주로, CB 발행한도를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채권단이 인수할 영구 CB를 찍기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작년 12월27일 계약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가 있지만 계약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순조로워 보이던 영구채 발행 계획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당시 현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21일 (항공업 지원을 위한)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등을 통보만 하고 사전 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 차입 및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산이 이를 문제삼는 이유는 채권단의 영구채 인수가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구조를 바꾸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이고 2대주주는 금호석유화학이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작년에 5000억원어치 영구 CB를 인수해 준 것을 자본으로 전환하면 이것만으로도 채권단은 현재 기준 약 23% 지분을 갖게 된다. 채권단이 이번에 5000억원어치 영구 CB를 추가로 인수하고 추후 이를 전환한다면, 총 1조원어치 자본금을 넣어주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2조2000억원어치 유상증자를 약속한 현산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2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전환 조건 및 전환 시기에 따라 실제 지분율은 바뀔 수 있겠으나, 현산으로서는 작년 말 계약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당시 현산은 증자 대금으로 곧바로 채권단 자금을 갚고 완전한 대주주가 될 생각이었다. 이제는 기존 빚(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을 갚기는 커녕 추가로 빚을 지고 '시어머니'를 모시게 될 수 있는 처지가 됐다는 게 현산의 관점이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6월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본을 추가 투입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는데, 현산이 당장 유상증자를 할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에 적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총계는 지난 3월말 기준 709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93%를 넘어섰다. 지난 4월 말에는 실질적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화물 운송 수요가 늘고 운임도 급등해 소폭이나마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에는 아슬아슬하게 완전자본잠식을 피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흑자전환 가능성만 기대하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6월말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의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항공기금융 등의 기한이익 상실 요건에 해당할 수는 있다"며 "현산의 유상증자가 이뤄지기 전까지 자본을 확충해 줄 필요가 있는 만큼 일단 영구채 인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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