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이 어떻게 내리나요. 수요가 넘치는데 지어진 집은 한정돼 있잖아요. 최근엔 이 곳에선 집이 없어서 못팔아요. 호가가 매일 뛰니 어제 가격과 오늘 가격이 다를 지경이지요"(서울 송파구 잠실 Y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하락세를 나타냈던 서울 강남지역 집값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값을 끌어내렸던 강남권 절세 급매물이 모두 소진된 데다 강남·잠실 등에서 개발 호재가 겹친 까닭이다. 매수자들이 늘고 있어 호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지난주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20주 만에 상승 전환이다. 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로 구로구(0.05%)와 함께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강남구가 0.02% 올랐고, 서초구와 강동구는 보합(0.00%)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 부동산 정책의 타깃이 됐던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들이 속속 전 최고가를 회복하고 있다. 최근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5층)이 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의 물건이 16억원(5층)에 팔리며 지난해 말 최고 실거래가 금액(21억원)과 비교해 5억원이 급락했지만 값이 다시 뛰고 있다. 잠실동 K공인 대표는 "최근엔 호가가 최고 23억원까지 뛰었다“며 ”지난달 초 급매물이 거의 정리되자 호가가 치솟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잠실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6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거래(15억7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오른 값이다. 잠실 주공5단지 82㎡는 이달 들어 전고점(22억8425만원)과 비슷한 22억61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동, 개포동 등의 호가도 오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196㎡는 최근 신고가인 48억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1일)을 지나면서 보유세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사라진 것이 집값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개발 호재도 큰 몫을 했다. 지난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 허가를 받으면서 인근 지역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달 초엔 서울시가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민간투자사업의 적격성 조사 완료 소식을 발표하면서 잠실동 일대 대단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 탓도 있다. 이렇게 몰린 돈뭉치에 강남 집값이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개발 소식이 들려오면서 갭투자 매물만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에 무조건 집을 산다는 수요자들도 종종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강남 집값은 정부 대책 발표 후엔 값이 잠시 주춤하지만 결국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오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 최장 기간인 32주 연속(2018년 11월 둘째 주~6월 셋째 주) 하락세를 기록하며 떨어지는가 했지만 결국 다시 뛰었다. 대출·세금·청약·공급 대책 등을 총망라한 12·16 대책에도 집값 하락세는 9주 만에 멈췄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정부 규제→시장 침체→원상 복귀’라는 공식을 이미 체득했다"며 "강남 아파트시장은 늘 수요가 많아 장기적으로 가격이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효과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원인"이라며 "집값을 잡기 위해선 한계가 명확한 규제식 정책보단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이후 집값 하락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 대책이다.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강남 집값 잡기가 다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선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각각 40%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