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항공·호텔·음식업체, 올 1분기 이자도 못 벌었다

입력 2020-06-16 12:00   수정 2020-06-16 16: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정유·화학·항공·음식·숙박업체들이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업체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항공사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운수업종(59.69%), 석유정제·화학업종(-114.12%), 음식·숙박업종(-116.3%)의 이자보상배율이 10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00%를 밑돌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다는 의미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영업손실을 냈다는 뜻이다. 이들 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은 1분기 전산업(377.46%)을 크게 밑돈다. 이번 기업경영분석 조사는 2018년 말 외부감사대상 기업 1만9884개 가운데 3764개를 추려 집계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항공사와 해운사 등으로 운수업종은 올 1분기에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0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영업손실 828억원)과 아시아나항공(영업손실 2920억원) 제주항공(영업손실 657억원) 진에어(영업손실 312억원) 티웨이항공(영업손실 192억원) 등 주요 항공사들이 올해 1분기에만 총 5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 확산된 코로나19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하늘길이 막히자 항공사가 무더기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운수업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57%로 전년 동기(4.12%)에 비해 1.55%포인트 내렸다.

석유·화학업종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9% 감소하는 등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은 -1%를 기록했다. 이 업종의 실적을 끌어내린 것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로 1분기에만 총 4조37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이 급락한 영향이다.

코로나19로 소비활동이 줄면서 음식·숙박업종도 타격을 입었다. 이 업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3%나 감소했다. 순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3.15%, -4.73%를 기록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1분기에 각각 791억원, 6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다. 파르나스호텔은 5억원을 영업손실을 냈다. '연안식당'과 '도쿄하나', '백제원' 등을 운영하는 디딤은 4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체기업의 실적도 나빠졌다. 올 1분기 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부터 5분기 연속 쪼그라들었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2016년 4분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석유화학·전기가스 업체의 실적 부진으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4.1%로 전년 동기(5.3%)와 비교해 1.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4.8%로 1%포인트 내려갔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88%로 전분기(84.3%)보다 3.7%포인트 상승하는 등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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