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지구 내 군사 배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발(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街)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北, 금강산·개성공단에 군부대 배치…연락사무소 폭파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보내겠다고 했다.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전날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시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전날 오후 5시39분 기준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종가 대비 800원(1.54%) 내린 5만1300원에 거래됐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정규시장 종가보다 1600원(1.87%) 떨어진 8만3800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만7000원(2.06%) 내린 80만9000원에 거래됐다.
◆증권가, 증시 영향 제한적
증시 전문가는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지 않았고, 환율도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아서다.
세계정부채권(World Government Bonds)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년물 한국 CDS프리미엄은 26.92bp(1bp=0.01%)를 기록했다. 지난 3월23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이후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57bp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역외에서 거래되는 원화도 잠잠한 수준이다. 전날 기준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달러당 1211.50원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 마감가인 1207.2원보다 4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CDS 프리미엄은 3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당시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다른 국가의 환율 변동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차례 행동을 예고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강조한 핵미사일(ICBM) 실험 중단을 깨고 관련 활동을 재개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북한 관련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송렬/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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