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심기 건드릴까'는 옛말…인권수사 권리 찾는 사건관계인들

입력 2020-06-17 16:20   수정 2020-06-17 16:24


‘검사 심기 건드릴까’ 조심하던 사건관계인의 모습은 옛말이 되고 있다. 피의자들이 수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며 외부 심의를 요청하거나 수사팀의 위법을 감찰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고소·고발인이 검찰이 내린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며 재수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3년새 50% 증가했다.

검찰과의 친분을 앞세워 취재한 의혹을 받는 ‘검언유착’ 사건의 채널A 이모 기자는 지난 14일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수사의 적절성 등을 심의하는 자문단은 수사팀을 제외한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사건관계인이 자문단 소집을 요청할 권한은 없다.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자문단을 열어달라고 진정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의위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 등에 대해 심의하는 제도로, 검찰 뿐 아니라 사건관계인도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열린 총 8차례의 심의위 가운데 7번은 검찰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오는 26일 개최되는 이 부회장 사건이 사건관계인의 요청으로 열리는 두번째 심의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심의위 등 제도 자체가 대중에게 생소했고 검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었다”며 “이 부회장 사건을 계기로 이 제도가 널리 알려지고 사건관계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만큼 활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 기자 측도 검찰이 자문단 소집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엔 송철호 울산시장의 전 선거대책본부장 김모씨가 검찰이 별건수사를 하고 변호인 접견을 제한했다며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내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검사의 감찰을 요구하는 ‘대범한 일’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이 같은 제도들이 수사지연 등에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가 아닌 고소·고발인들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접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등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 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8만195명이 항고를 했는데, 2016년(5만3168명)과 비교하면 3년만에 50.8% 급증한 수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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