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권상우, 공효진 등의 투자 비법으로 꼽혔던 법인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법인들을 규제하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아파트 등 주택을 파는 법인이 해당되지만, 탈세를 위한 법인거래도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발표한 '6·17 대책'에 따르면 법인의 종합부동산세율과 법인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대출을 제한한다.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는 '꼼수'를 잡기 위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 매매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충북 청주의 경우 2017년 0.9%에서 올해 1~5월 12.5%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은 0.6%에서 8.2%, 경기는 0.7%에서 6.4%로 증가했다.
또한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사고팔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모두 아낄 수 있고, 개인으로 합산될 주택수를 분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인 명의 집을 팔 땐 2주택 중과세율(최고 52%)이 아니라 과세표준에 따라 10~20%의 법인세를 치른다.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 등을 팔 때 추가로 내는 10%포인트의 세율을 더해도 개인보단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부동산 투자 방식은 최근 방송된 MBC 'PD수첩'의 '연예인과 갓물주'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한국 탐사 저널리즘센터 데이터팀의 지난 5년 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5년 이후 연예인 건물주 현황은 총 55명, 총 63채의 건물을 매입했으며, 매매가는 총액 473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법인을 설립한 후 공효진, 권상우, 하정우 등은 건물 매매가의 80%에 가까운 금액을 대출로 충당했다고 방송에서 지적했다.
공효진은 37억 원에 인수한 빌딩의 매매가 중 26억 원을 대출받았고, 4년 후 60억 원에 팔아 23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후 63억 원에 건물을 매입할 때에도 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권상우 역시 매매가 280억 원의 빌딩을 구매하면서 240억 원을 대출받았고, 하정우도 2018년에 81억 원에 빌딩을 매입할 때 57억 원을 대출로 마련했다. 127억 원 상당의 건물을 추가로 매입할 때도 99억 원은 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한효주, 이병헌, 송승헌, 김태희 등은 법인을 세워 '절세'했다. 실제로 운영하지 않는 법인을 설립하고, 건물을 사고 팔면서 세금을 아끼는 것.
'PD수첩'에 출연한 전문가는 "단기간 시세 차익을 노리고 다시 되팔고 하는 것이 주목적인 사람들은 법인으로 운영을 많이 한다"며 "개인의 경우와 비교해서 무려 2배의 절세 효과를 누릴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태희가 132억 원의 건물을 매입할 당시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서 취득세 9억8200만 원 이상을 절세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 법인을 세웠는데, 이 역시 취득세 중과를 면하기 위해서였다. 법인이 서울에 있으면 2배 정도의 취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사업을 위해서 매매했다면 얘기다 달라진다. PD수첩의 지적대로 빌딩만 매입했다면, 이번 규제에 크게 해당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에는 곧바로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이나 비사업용토지를 매각할 때 추가로 과세하는 10%의 법인세를 20%까지 올렸다. 법인 부동산에 최고 수준의 종부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이 2주택일 경우 3%, 3주택 이상일 경우 4%다. 과표 구간에 상관없이 주택 숫자별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것.
종부세 공제액도 사라진다. 그동안 개인과 법인으로 명의를 나누면 각각 6억원 씩 최고 12억 원의 종부세 과표를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법인 부동산에 대해 기본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사업자 혜택도 사라진다. 그동안 법인의 임대주택은 종부세 합산이 배제됐지만 18일 이후 등록되는 임대주택은 종부세가 과세된다. 이 같은 종부세 강화안은 내년 부과분부터 적용된다.
여기에 대출까지 조였다. 현재는 규제지역 안에서 담보인정비율(LTV) 20~50%가 적용되지만 앞으론 모든 지역에서 법인의 주담대가 금지된다. 이 같은 대출규제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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