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 17일 “지금 상황은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위기를 9월로 미뤄놨을 뿐”이라며 “모든 게 안정된 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출과 보증의 만기 연장이 끝나는 9월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을 때는 6개월 정도면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은행 연체율과 부도율이 안정적인 배경은 모든 대출·보증이 9월까지 자동 연기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감염 추이를 봐가면서 다음달부터는 ‘플랜B’(후속 대책)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해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모두 살려서 간다는 원칙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은 위원장은 “‘175조원+α’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 등으로 기업에 공급할 자금은 충분한 편이라고 판단하지만 일선까지 ‘딜리버리(전달)’가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적재적소에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기안기금 40조는 일종의 IMF 자금…요건 갖춘 곳만 선별 지원"
일시적 어려움 빠진 기업, 지원 끊을 수는 없어
“이 사태가 6개월 안에 끝나길 바랐지만 연내에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을 살리겠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지원 분야 ‘플랜B’(후속 대책)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17일 현대경제연구원·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에 지원을 끊을 수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실행 중인 ‘175조원+α’ 규모의 코로나19 금융지원책 외에 추가적인 지원 수단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월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넉 달 연기됐다. 이날 행사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토론자 간 거리를 충분히 띄워 진행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지만 혁신금융 활성화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분야의 신성장동력인 종합지급결제업, 마이페이먼트, 마이데이터 등을 안착시키고 핀테크 규제 완화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음은 은 위원장과 토론자들의 일문일답.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혁신 벤처·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금융지원이 부족하다. 성공적 정책이었던 성장사다리펀드 규모는 16조원이었다. 이번엔 이런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거 같다.
▷은 위원장=개별 지원 프로그램의 규모는 작지만 모두 합치면 많다. 돈은 넘쳐나는데 전달이 안 되는 게 문제다. 기술기업들은 ‘정부 발표는 많은데 실제 투자는 없다’고 하고, 금융권에서는 ‘기술기업들이 돈만 달라 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올해부터 각 부처가 추천한 혁신기업 1000개에 투자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이런 간극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산업 진흥은 금융회사에 맡기고 정부는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 수수료를 내리고 ‘제로페이’를 만들어 시장을 교란하는 환경에서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나.
▷은 위원장=진흥은 업계에 맡기라는 말에 100%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로 ‘왜 OO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느냐’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 수수료를 내려라’ 같은 여론이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신 교수=홍콩을 이탈하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나 일본을 선택하고 있다. ‘금융중심지’ 서울이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가 없다.
▷은 위원장=해외 금융회사들은 세금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금융위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계속 노력하겠다. 예측 불가능한 규제 등의 환경도 개선하겠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위가 소비자 보호만 강조하고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 원칙에는 고민이 없어 보인다. 이익이 나면 투자자 것이고, 손해가 나면 금융사가 보상하는 방향의 소비자 보호가 옳은가.
▷은 위원장=예전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가 언론에 혼났다. 하지만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금융회사도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금융소비자정책과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은 위원장=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한 번 사고가 나면 크고 광범위할 수 있다. 금융교육은 보안은 물론 고령층의 금융 거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범정부 차원의 협의회에서 국가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고용유지 조건이 붙은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고임금·저생산성 노동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기업에 지원된 돈이 대부분 인건비로 나가고 끝난다.
▷은 위원장=고용비율 90% 유지 외에 ‘고통분담’ 조건이 있고 민주노총·한국노총에도 설명했다. 한쪽이 혜택을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또 많은 기업이 ‘기간산업안정기금에 왜 우리는 포함되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 사실 이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같은 프로그램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신용경색을 해소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의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용 유지, 배당·자사주 매입 금지 등 엄격한 조건이 있다.
▷김 상근부회장=쌍용자동차 문제는 어떤 입장인가.
▷은 위원장=경영진, 대주주, 노조 모두 조금씩 양보해 쌍용차가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채권단에서는 그렇게 해도 살아날지 의문을 갖고 있어 협의 중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저금리 상황에서 스마트한 정책이 필요한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보면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 같다.
▷은 위원장=오늘도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풍선효과 등의 문제 제기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담보인정비율(LTV),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제도적 접근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코로나19 사태로 양적완화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점 얘기도 벌써부터 나온다. 우리 금융당국은 이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은 위원장=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다. 터널의 끝이 다가올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과 금융회사들도 이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단연 많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닌가.
▷은 위원장=한국처럼 중소기업 정책과 제도가 많은 나라가 없다. 나도 19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에서 중소기업 금융정책을 담당했다. 20여 년이 지나도 우리를 짓누르는 고민이다. 정책금융이 이곳저곳 산재해 있고 항상 갈증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정책금융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라는 뜻으로 새기겠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금융정책보다 답답한 것은 회계정책이다. 금융감독원은 회계 원칙을 정하고 사전 컨설팅에 집중하면 되는데 사후 적발에 치중한다.
▷은 위원장=사전 컨설팅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금감원에도 같은 요구를 일관되게 하고 있다. 경찰이 과속차량을 많이 잡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다. 속도를 미리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을 주도하는 테크핀 시대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은 위원장=큰 틀은 그대로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 지분 한도는 34%까지 높아졌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금융정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
박종서/임현우/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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