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슈펙스비앤피 대표 A씨가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임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뒤 슈펙스비앤피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경기 성남에 있는 슈펙스비앤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슈펙스비앤피는 스포츠 의류와 화장품 등을 유통하는 회사다. A씨는 2017년 이 회사 대표로 취임한 뒤 라임과 라임의 아바타 펀드로 불리는 라움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18년 5월 라임은 이 회사의 전환사채(CB) 1197만 주(17.08%)를 174억원에 매수했다. 라움자산운용도 같은 해 9월 CB 1035만 주(12.27%)를 122억원에 사들였다.
라임과 라움에서 투자받은 뒤 슈펙스비앤피는 100% 자회사와 특수관계회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슈펙스비앤피가 100% 지분을 소유한 슈펙스빌리지에 220억원의 설립 투자금을 지원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슈펙스빌리지에 1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외에 특수관계회사인 리싸이클파크에 20억원을 대여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부실 회사에 투자하고도 라임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점은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슈펙스비앤피 임원들은 라임 사태 주범과도 인적으로 얽혀 있다. A씨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 300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14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팀장과 입사 동기다. 지난 4월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박모 전 리드 대표는 2017년 슈펙스비앤피 이사를 맡기도 했다. 슈펙스비앤피 측은 “자금 횡령이 아니라 정상적인 투자였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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