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 지역에서 주먹질과 함께 투석전(投石戰)을 벌인데 이어 유혈 분쟁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며 말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양국은 무력 충돌로 인해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만큼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자신이 수부라함 자이산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현 상황을 진정시키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양국 외무장관 통화에 대한 인도측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인도는 누구를 절대 도발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유혈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이어 "군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가 평화를 지키고자 함은 변함없지만 누가 도발했다면 응분의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도 현지언론들도 대대적으로 중국의 만행을 성토했다. 언론들은 분쟁지가 1962년 중국이 전쟁서 강탈한 지역임을 주지시키며 인도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인도 유력지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이 너무 깊이 밀고 들어왔다"며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거리에서는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반중 구호를 외치며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진을 불태웠다. 이들은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을 주창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사태의 책임을 인도측에 돌렸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도 "인도군이 불법적으로 경계를 넘어와 중국 군인들을 도발하며 공격했다"고 말했다.
양국이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고 전한 왕이 외교부장도 인도측에 대해 비방의 톤은 낮추지 않았다. 왕 장관은 "중국은 더이상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월경한 인도군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인도측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 관영 언론들도 긴장 완화보다는 중국군의 말을 인용하며 인도측 도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이날 "(중국을 비방하는) 인도 여론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은 어떠한 충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인도측을 자극했다.
앞서 중국과 인도 양국 군인들은 16일(현지시간) 국경 분쟁지인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쇠파이프와 돌 등을 들고 난투극을 벌여 양측간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군은 지역 연대장인 대령을 포함해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중국측은 사상자수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도 NDTV는 중국측 사상자 수가 45명이라고 보도했고, 또 다른 한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충돌로 다치거나 사망한 중국군의 수가 35명이라고 보도했다. 후시진 총편집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계정에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알아본 결과 중국군 역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충돌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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