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철강업체 포스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금속공학자 권오준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서울대 공대 시절부터 철에 심취해 미국 철강산업의 본산인 피츠버그의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포스코 연구원으로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아이언맨’이다. 그가 철에 관한 개인사와 문명사를 교직한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를 펴냈다.
저자는 학자로서 철의 본질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풀어놓는다. 137억 년 전 발생한 빅뱅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원소인 철이 뒷날 어떤 과정을 거쳐 우주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지구에서 가장 많은 금속이 됐으며, 인류문명사에서 어떤 가치와 역할을 했는지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은 지구 자체를 거대한 자석으로 만들어 우주로부터 지구로 날아드는 태양풍, 즉 방사선을 막아 인류 생존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인체 내에서는 허파에서 흡수한 산소를 여러 기관으로 운반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는 철광석에서 인류가 불순물을 분리하고 철을 뽑아내는 제철 기술을 발명한 후 비로소 문명이 발전했다. 철을 사용해 농업생산성을 높여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전환했고, 잉여생산물이 발생함에 따라 신흥 권력세력을 만들었다. 철은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서 철학을 등장시켰고, 자본주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그 대안체제로 사회주의를 태동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전쟁의 성패를 결정짓는 병기로서 철의 가치와 역사도 탐색한다.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의 번영,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 철제 무기의 활약상은 흥미롭다.
포스코 CEO 출신으로 철강산업에 기울였던 노력과 성과도 빼놓지 않는다. 리튬 등 신성장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3대 회장(정준양-권오준-최정우)으로 이어져온 사명감과 역할을 반추한다. 차세대 제철 공정인 파이낵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비화를 소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생산공장인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배경도 들려준다. (페로타임즈, 528쪽, 3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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