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디톡스'…매출 20% 날아갔다

입력 2020-06-18 17:21   수정 2020-06-19 02:07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 국내 1, 2위를 다투는 메디톡스의 주력 제품이 결국 허가 취소됐다. 보톡스 국내 매출 4분의 3이 사라지게 돼 메디톡스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보톡스 시장의 4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휴젤을 비롯해 대웅제약 휴온스 등 후발주자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환자에게 피해가 없었다”며 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출시 14년 만에 판매 중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 50·100·150 등 세 개 품목에 대해 오는 25일부터 허가를 취소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4월 17일 식약처가 허가 취소를 예고한 이후 메디톡스의 해명과 청문회 등을 거쳐 내린 최종 결정이다. 2006년 3월 국내 첫 보톡스 제품으로 식약처의 판매 허가를 받은 지 14년 만이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으로 생산한 보톡스 제품을 팔았다고 보고 있다. 보톡스 제품은 균주에서 뽑아낸 독소를 정제해 원액으로 만든다. 원액 성분은 허가 당시와 항상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2012년 말부터 2015년 중순까지 허가받지 않은 연구용 원액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도 허가 당시와 다른 원액이 사용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직원이 악의적으로 제보한 내용”이라며 “5년 동안 발생한 일로, 현재 판매하는 제품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이날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메디톡스는 향후 1년 동안 한국에서 메디톡신 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식약처는 이 회사의 다른 보톡스 제품인 ‘이노톡스주’에 대해서도 과징금 1억7460만원을 부과했다. 제품 서류를 조작했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식약처는 법률 위반으로 품목 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유통 중인 의약품의 회수 및 폐기를 명령했다.

보톡스 시장 판도 변화 불가피

이번에 판매 정지된 세 개 제품의 지난해 매출은 내수와 수출을 합쳐 867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2059억원)의 42.1%다. 식약처 제재 대상은 국내 내수용에 한정된다. 국내에선 416억원어치만 제재 대상이 되는 셈이다.

다만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식약처의 허가 취소 예고 이후 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신에 대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각국의 수출 허가가 갱신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메디톡스의 해외 진출 역시 고전이 예상된다. 메디톡스는 중국 시장에서 보톡스 제품인 ‘뉴로녹스’의 최종 판매 허가를 앞두고 있다. 해외 매출처 확대를 위해 수년간 공들인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당초 한국 식약처 허가를 전제로 뉴로녹스의 1, 2상 임상시험을 면제했다”며 “식약처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경쟁사인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 등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작년 국내 전체 보톡스 제품 매출은 1473억원이었다. 이 중 휴젤이 613억원어치를 판매해 4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메디톡스는 544억원(36.9%)으로 2위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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