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 언론이 발췌해 소개한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미·북 간 외교에 대해 “한국의 창조물”이라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 한국의 통일 아젠다에 더 많이 관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는 데 필사적이었으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치켜세워주자 낚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어리석은 실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범 수용소 사령관”인 김정은에게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기회를 제공해 김정은의 정당성을 높여줬다는 지적이다.
볼턴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원한 것을 가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원한 것을 가졌다”며 “그(트럼프)는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할 수 없었다”고 썼다.
폭스뉴스가 전한 회고록에 따르면 김정은이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했고, 김정은에게 속아넘어간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볼턴은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마치 북한이 핵 실험만 안 하면 된다는 식의 구도가 설정됐다는 것이다.
볼턴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을 ‘사진찍기용’이라고 폄하했다. 또 1·2차 미·북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한 건 북한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대국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쉽게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저격’에 나섰다. 이날 트위터에 “미친 볼턴이 (2018년 4월 방송에서)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미·북 회담이) 다 망했다”며 “나와 잘 지내고 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당연한 일이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는데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다”며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 고조에 나서는 상황에서 미·북 관계 경색 책임을 볼턴에게 돌려, 올 11월 대선 전 북한의 대미(對美) 무력 도발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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