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쇠몽둥이'에 분노한 인도…관세 올리고 공사계약 파기

입력 2020-06-19 17:48   수정 2020-06-20 01:00

인도의 공공 철도회사가 중국 업체와 체결한 47억루피(약 746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인도 정부는 중국산 통신장비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근 국경 지대에서 중국과 격렬하게 충돌한 인도가 본격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철도부 산하기관인 DFCCIL은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업체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417㎞ 길이의 화물 철로 구축 계약을 4년 전 체결했으나 진척률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도 언론들은 DFCCIL의 이번 결정이 지난 15일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의 국경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또 전자제품, 의료장비, 엔지니어링 용품 등 300여 개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인도 정부는 160~200개 제품의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100개 품목은 품질 점검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는 새 품질 인증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관세 구조는 향후 3개월에 걸쳐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어느 한 국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등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도의 대(對)중국 적자는 468억달러(약 56조6000억원)에 달했다.

인도 정부는 법규를 개정해 인도 통신사가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영 통신사인 BSNL과 MTNL에 중국산 장비 대신 국산 장비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두 통신사는 4세대(4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통신장비 입찰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제품을 선정했었다. 인도 정부는 이 결정을 취소한 뒤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를 아예 배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와 ZTE는 현재 인도 통신장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양국 군인들이 라다크 지역에서 무력 충돌하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군이 못이 박힌 쇠몽둥이를 휘둘렀다는 주장이 나오자 인도에서 반중(反中) 여론이 급격히 확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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