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라이브커머스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아직 모르는 기업들도 많다. 국내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만든 ‘그립’의 김한나 대표(사진)을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라이브커머스의 장점과 판매자들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2018년 설립된 그립은 지난해 2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앱을 내놨다. 네이버에서 잼라이브와 스노우 등 영상 콘텐츠를 담당하던 김 대표가 당시 개발자들과 창업했다. 판매업체들은 그립에 입점 신청을 한 후 심사를 통과하면 일정 수수료를 내고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혼자 해도 되지만, 어렵다면 개그맨 유상무 등 그립에 소속된 방송 진행자 ‘그리퍼’를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그립은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1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760%가량 늘었다. 입점업체 2500여곳 중 올 들어 들어온 업체가 1500여곳이다. 사업 초기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 AK플라자와 현대아울렛, 편의점 GS25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그립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를 유튜브에 빗대어 설명한다. "인터넷 쇼핑의 제품 소개 콘텐츠는 글에서 사진을 거쳐 영상까지 왔어요. 다음 단계인 라이브커머스는 생방송이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접촉하는 D2C(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방식이죠. 판매자가 누구나 스마트폰 한 대로 쉽게 방송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튜브와 성격이 비슷합니다."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 소통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진행자가 답을 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인 만큼 제품의 품질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기존 인터넷 쇼핑은 제품의 단점은 가리고 판매자가 원하는 내용만 보여줬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왜 싸냐' '유통과정을 알려 달라' 등 거침없는 질문을 던지며 상세한 대답이 즉각 나와야 만족한다. 김 대표는 "판매자들이 실시간 방송을 해도 될 만큼 좋은 제품을 가져와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꼽는 라이브커머스의 성공 비결은 ‘팬덤’이다. 소상공인도 쉽게 방송을 할 수 있지만, 유튜브처럼 자신의 채널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리해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생기고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그립 이용자들은 원하는 판매자를 팔로우해 방송 알림을 받아볼 수 있는데, 패션 및 식품 분야의 소상공인 중 팔로워가 약 1500명이 넘고 방송을 한 번 할 때 수백만원의 매출이 나오는 분들이 있다"며 "하루 한 번씩 방송을 하고,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판매하며 단단한 팬덤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립은 판매자들이 팬덤을 늘릴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대형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브라절(브랜드 라이브 절)’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개그맨 유상무 등 유명 그리퍼들을 한 곳에 모은 후, 한 브랜드의 여러 제품을 하나씩 맡아 동시에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난 10일 1회로 ‘오뚜기 대축제’를 열어 개그맨 안소미, 김인석 등이 각각 오뚜기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와 라면, 통조림, 즉석식품 등을 판매했다. 이날 2억원어치가 넘는 오뚜기 제품이 판매됐다. 그립은 이 행사를 매달 진행할 예정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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