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구분적용 안돼"…소상공인 요구 또 거부

입력 2020-06-21 17:14   수정 2020-06-22 01:08

내년 최저임금도 업종이나 기업 규모 등에 관계없이 올해처럼 단일 기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기업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추가 인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당·정 간담회에 제출한 ‘고용노동 주요 업무’ 보고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요구와 관련해 “경영계에서 지속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여당은 부정적 입장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낙인 효과, 구인난 등을 우려해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며 “법 취지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도 일부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용 악영향을 이유로 기업 규모별 구분 적용에도 반대했다. 기업의 추가 고용 회피가 우려되고,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사업장 규모별로 임금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고용부의 논리다.

하지만 사업장 규모별 구분 적용은 대부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그 필요성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자영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줘야 하다 보니 추가 고용은커녕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계약’이 성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면 법정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면 추가 지급하는 하루치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외국인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내 근로기준법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설사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한다고 해도 내국인 일자리 잠식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단일 기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정부 뜻을 거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는 25일과 29일로 예정된 2, 3차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위원, 특히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8일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10인 미만 소상공인에게는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최저임금은 물론 코로나19 대책에도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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