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난 5일 통합당을 배제한 채 사실상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이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합당과의 합의 없이 야당이 관행처럼 맡아온 법제사법위원장 등 여섯 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뽑았다. 모두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것도 2004년 17대 국회 후 유일한 사례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반발해 16일부터 전국 각 지역 사찰을 옮겨 다니며 칩거했다. 20일 찾아온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서는 “여당이 너무 독단적으로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과 더는 협상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주 원내대표 결정에 찬성하는 기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주 원내대표를 만나고 온 하영제 통합당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나머지 상임위원장직을 통합당이 배정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 원내대표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의 모든 의원이 주 원내대표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발생시킨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의회 폭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만약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가져간다면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진의 파악에 나섰다. 한 민주당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복귀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은 결국 민주당 책임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SNS에 “변호사였던 링컨은 ‘고객에게 소송보다 양보를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여야는 조건 없이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의 승부수가 과연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의 배수진에도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다면 그 피해는 여야를 떠나 국민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21대 국회 앞에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176석 ‘슈퍼 여당’이 덩치에 걸맞게 책임감 있는 응수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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