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문제는 업계 일각에서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소통 방식이었다. 정부가 규제해도 업계는 다른 살 방법을 찾겠지만 어쨌거나 시장이 납득할 방식으로 규제 방안을 찾는 게 순서다. 그러나 환경부는 시장과 소통도 공감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포장과 재포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업체와 중소기업을 찾아갔다. 패키징 회사 대표들은 본지 취재 과정을 통해 법 집행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패키징단체총연합회도 “회원사 대부분이 알지 못했고, 환경부와는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9개월 정도 쓸 포장재를 만들어놨는데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할 처지가 됐다”며 “성급한 법 도입에 도산하는 회사도 속출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환경부 한 사무관은 재포장 금지법에 따라 업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19일 오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쪽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썼다”고 항의했다. “우리가 언제 할인을 못 하게 했냐”며 전하기 힘든 표현까지 입에 담았다. “어느 기업의 얘기를 듣고 그런 기사를 썼는지 다 안다”고도 했다. 환경부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해 적잖게 당황한 분위기였다.
환경부는 본지 보도가 나간 뒤 19일과 20일 두 차례 설명자료를 내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그동안 업계 간담회에서 밝혔던 내용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한경 등 언론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팩트체크 형식으로 반박했다. 마치 환경부는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하려 했다는 것처럼.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든, 언론 보도 후 생각을 바꿨든 중요하지 않다. 말도 안되는 규제가 백지화된 게 다행스러울 뿐”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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