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속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도심을 벗어나 자연에서 휴식을 만끽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충남 천안에는 자연에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테마길이 조성돼 있다.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힐링할 수 있는 천안의 대표 테마길을 소개한다.
○청렴을 재발견하는 ‘어사 박문수 테마길’
암행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때 어사, 경상도 관찰사, 병조·형조·호조·예조 판서 등의 관직을 두루 역임하며 평생을 백성을 위해 헌신했다. 지방관리와 토착 세력들의 비리를 응징했고, 흉년이 들면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등 백성과 애환을 함께했다.
천안시는 천안 출생 위민행정의 표상인 ‘어사 박문수(1691~1750년)’를 기리기 위해 그의 묘가 있는 천안시 동남구 북면 은석산 등산로를 어사 박문수 테마길로 조성했다. 테마길은 은석산길을 따라 박문수 묘까지 2시간 코스의 5.7㎞ 구간이다. 중간에 휴식공간,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 박문수 생애와 어사 시절 일화를 담은 스토리텔링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고령박씨종중재실 주차장에서 계곡 물소리를 따라 걸으면 은석사와 산 정상 인근의 박문수 묘(문화재 자료 제261호)로 이어진다. 능선바람소리길로 내려오면 팔각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은석산은 높이 455m로 북면 용암리·은지리·매송리와 병천면 병천리 간 경계에 있다. 은석사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이어지고 산중턱의 은석사 샘터는 지친 등산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애국선열 발자취 깃든 ‘역사문화둘레길’
천안은 애국선열들을 배출한 민족혼의 성지이자 충절의 고장이다. 목천읍, 북면, 수신면, 병천면 등 도심 외곽에 독립기념관과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와 석오 이동녕, 김시민 장군, 담헌 홍대용, 조병옥 박사 등 애국선열들의 정신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사적지가 있다. 천안시는 이곳을 역사문화둘레길로 꾸몄다.
역사문화둘레길은 모두 8곳으로 27.5㎞ 구간에 걸쳐 조성됐다. 1구간은 대한독립만세길(병천사거리~유관순사적지~병천순대거리) 1.37㎞, 2구간 유관순길(유관순 사적지~조병옥 생가) 2.17㎞, 3구간 조병옥길(조병옥 생가~홍대용 생가지) 2.53㎞, 4구간 홍대용길(홍대용 생가~홍대용 묘) 1.98㎞, 5구간 김시민길(홍대용 묘~김시민 생가~아우내장터) 2.45㎞ 등이다. 독립기념관, 이동녕 생가, 박문수 묘는 각각 6~8구간이다.
병천사거리에서 유관순 사적지를 시작으로 8㎞의 둘레길을 걸으면 병천면을 중심으로 한 천안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유 열사 사적지에는 유 열사를 비롯한 독립운동의 주역들을 기리는 추모각과 유 열사의 초혼묘, 기념관 등이 있다. 유 열사 탄생 100주년인 2003년 4월 문을 연 기념관에는 유 열사의 수형자 기록표와 호적 등본, 재판기록문 등이 전시돼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조병옥 박사 생가와 우리나라 처음으로 지전설과 우주무한론을 주장한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 담헌 홍대용 선생의 생애와 과학적 학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대용과학관도 빼놓을 수 없다. 길 끝은 유 열사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아우내장터와 병천순대거리로 이어진다.
○자연 속 쉼터 ‘태학산자연휴양림’
천안시 풍세면의 태학산은 학이 춤을 추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가 많아 솔 내음이 가득하다. 태학산 자연휴양림에는 오토캠핑장, 유아숲체험원, 산책길이 조성돼 가족 단위 여행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오토캠핑장은 33면의 캠핑존과 취사장, 야외탁자, 세면장, 샤워실,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캠핑존은 A1~A12까지는 노면 구역, B1~B17, C1~C4까지는 데크 구역으로 만들었다.
유아숲체험원은 아이들이 숲속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친환경 소재 숲소파, 그루터기쉼터, 숲속 인디언집, 스파이더맨놀이, 세줄 건너기, 밧줄 오르기, 출렁다리 등의 시설에서 모험심과 탐구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250m 거리에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보물 407호)이 있다. 또 천연동굴로 만들어진 법왕사 굴법당도 볼거리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관련뉴스